넷플릭스의 막강한 공세 속에서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들의 '몰락'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1세대 OTT인 왓챠가 결국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 관리인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남아있는 티빙과 웨이브 역시 오래된 적자 늪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어 한국 OTT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넷플릭스와의 '규모의 경쟁'에서 더 이상 승부가 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6일 ICT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7부는 지난 4일 왓챠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률상 관리인으로는 박태훈 왓챠 대표가 선임되어 법원의 관리 하에 구조조정과 채무 조정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왓챠는 오는 9월 1일까지 회생담보권자와 주주 목록을 제출해야 하며, 9월 2일부터 22일까지 회생채권, 회생담보권, 주식을 서울회생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권리 조사 기간은 9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이며, 회생 계획안 제출 시기는 2026년 1월 7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왓챠는 2016년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1세대 OTT 플랫폼입니다.
당시 글로벌 스트리밍 강자 넷플릭스도 한국 시장에 동시에 진출하며 OTT 시장의 태동기를 알렸습니다.
왓챠는 OTT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여, 시장 초기에는 넷플릭스와 어깨를 견주는 대표적인 토종 OTT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양사의 '성장 전략'은 운명을 완전히 갈라놓았습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영토를 넓혀가는 사이, 왓챠는 쌓아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승부를 거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OTT 환경 속에서 넷플릭스가 전 세계를 장악해나가자, 왓챠는 국내 안방 시장마저 넷플릭스에 내주고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막대한 콘텐츠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왓챠는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에서 속절없이 밀리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장기간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해 결국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왓챠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875억 원에 달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또한 2022년 2월 133만 명에서 지난 5월 모바일인덱스 기준 47만 명으로 급락하며 시장 입지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왓챠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LG유플러스와 인수 합병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2021년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유치한 49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만기가 올해 도래했지만,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으며 만기 연장 또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왓챠를 시작으로 토종 OTT의 '몰락'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도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OTT 2위인 웨이브(Wavve) 역시 장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현재 티빙(TVING)과 합병을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웨이브는 한때 토종 OTT 1위 자리를 지켰으나 넷플릭스의 강력한 공세에 흔들리면서 시장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도 한계를 맞으면서, 사실상 티빙에 흡수되는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국내 대표 OTT가 된 티빙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710억 원, 271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티빙은 2020년부터 계속된 적자로 지난해 누적 적자가 무려 1,000억 원대에 달하며 재정적 부담이 상당한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규모의 경쟁'에서 넷플릭스와의 승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입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수조 원대의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 등 '시청자의 집중력을 덜 요구'하는 콘텐츠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OTT의 '콘텐츠 경쟁력 약화'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수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OTT 업계 전문가는 "국내 OTT의 웬만한 한 해 투자 비용을 넷플릭스는 단 하나의 작품에 쏟아붓는 상황에서 어떻게 승부가 가능하겠는가"라고 토로하며, "넷플릭스가 올려놓은 제작비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마저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내 OTT도 세계 무대로 시장을 확대하여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며,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수 31%로 1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을 고민한다는 보고서 도 있지만, 이는 전체 OTT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연결된 것으로, 토종 OTT들의 생존 위협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왓챠의 기업 회생은 한국 OTT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단면이자, 글로벌 OTT와의 무한 경쟁 속에서 국내 플랫폼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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