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자 기증 비극…암 유발 유전자 보유 남성, 최소 197명 아빠 되고 아이들 암 진단

유럽 정자 기증 비극…암 유발 유전자 보유 남성, 최소 197명 아빠 되고 아이들 암 진단

유럽에서 정자를 기증해 최소 197명의 자녀를 둔 한 남성이 암 발병 위험을 현저히 높이는 희귀 유전 돌연변이를 보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어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 중 10명은 이미 뇌종양이나 호지킨림프종 등 치명적인 암 진단을 받았으며, 일부는 어린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비극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자 기증 절차와 유전 검사의 신뢰성, 그리고 국가 간 의료 정보 공유 시스템의 부재 등 다층적인 문제점을 노출하며 정자 기증 관련 규제 강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희귀 암 유전자 'TP53 돌연변이'…본인도 모른 채 기증

 

14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05년부터 학생 신분으로 정자 기증을 시작했으며, 그가 'T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리프라우메니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이러한 희귀 유전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정자를 기증해 온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초기 조사에서는 이 남성의 정자 기증으로 최소 8개 유럽 국가에서 67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최근 영국 BBC 등 14개 유럽 공영방송사가 정보공개청구와 의료진·환자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결과, 현재까지 이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최소 197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BBC는 "모든 국가의 자료가 확보된 것이 아니어서 최종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하며 비극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10명 이미 암 진단, 일부는 사망…치명적 '리프라우메니증후군'

 

이 남성은 덴마크의 민간 정자은행인 '유러피안 스펌뱅크'(ESB)에만 정자를 제공했지만, 그의 정자는 이후 14개국 67개 클리닉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해당 돌연변이를 유전받았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프랑스 루앙대학병원 생물학자 에드위즈 카스퍼는 유럽인유전학회 연례회의에서 이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67명의 아동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이 아이들이 암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카스퍼는 특히 이들이 돌연변이를 자녀에게 전달할 확률도 50%에 달한다고 설명하며, 현재까지 이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10명의 아이는 뇌종양이나 호지킨림프종 등의 암 진단을 받았고 일부는 암으로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에 따르면, 리프라우메니증후군을 보유한 사람은 60세 이전 암 발병 위험이 무려 90%에 달하며, 약 절반은 40세 이전에 암을 경험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영국 런던 암연구소의 클레어 턴불 교수는 CNN에 "리프라우메니증후군 진단은 가족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는 일"이라며 "소아암을 포함해 평생 암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사례를 "극히 드문 유전 질환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의 정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임신에 사용된 이례적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 "정밀 유전 검사 및 국가 간 규제 표준 마련 시급"

 

메리 허버트 호주 멜버른 모나쉬대학 생식생물학 교수는 "정자 기증자에 대한 보다 정밀한 유전 검사가 필요하며 국가 간 기증·출생 관리 기준을 엄격히 마련해야 한다"며 "한 명의 기증자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거의 200명의 아이를 탄생시킨 것은 충격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ESB 측은 "이번 사례와 돌연변이로 영향을 받은 가족·아이·기증자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모든 기증자가 과학적 기준과 관련 법에 따라 개별 의료 평가를 받았다"며 현행 규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줄리 파울리 버츠 ESB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단일 기증자의 출생 제한 규정 마련에도 찬성한다"며, "국가별 규제가 매우 다르고 복잡해 공통된 유럽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유럽 정자 기증 사건은 고귀한 생명 탄생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과 의료 시스템의 허점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한 개인의 유전적 결함이 수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이 비극은 단순히 개인의 책임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나 성장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자 기증자 유전 검사 기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국가 간 정자 기증 및 출생 관리에 대한 통일된 규제와 정보 공유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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